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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경, 〈나는 그 초록인가〉, 2026. 바다에 흘러온 나무에 먹, 한지에 먹, 한지 위에 석채·분채·과슈·먹,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 종이 콜라주에 아크릴, 사운드, 가변 설치. 제주도립미술관 시민갤러리. (사진제공: 제주도립미술관) |
[뉴스다컴] 제5회 제주비엔날레 전시장에서 신을 청하는 의례와 작가들의 대화가 이틀에 걸쳐 이어진다.
제주도립미술관은 ‘2026 제5회 제주비엔날레’ 연계 프로그램으로 17일 제주도립미술관에서 굿 ‘다시 살으라’ 초감제를, 18일 원도심 예술공간 이아에서 아티스트 토크 ‘작가와의 대화 Ⅱ’를 잇달아 연다.
두 프로그램은 비엔날레의 소주제 ‘유배 Human’과 ‘신화 Deities’가 펼쳐지는 전시 현장에서 각각 열린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을 넘어, 작품이 태어난 자리와 작가의 목소리를 관람객이 직접 만나는 자리다.
17일 오후 3시에는 제주도립미술관 시민갤러리, 이진경 작가의 전시 공간에서 굿 ‘다시 살으라’ 초감제가 펼쳐진다.
초감제는 제주 큰굿의 첫머리에 놓이는 제차(祭次)로, 하늘과 땅의 모든 신을 제장(祭場)으로 청해 앉히는 의례다. 굿의 문을 여는 절차인 셈이다.
굿은 제주도 무형유산 ‘제주큰굿’ 보유자이자 사단법인 국가무형유산 제주큰굿보존회 회장인 서순실 심방을 비롯해 오용부·이경희·송영미 심방과 문봉순 사무국장이 함께 집전하며, 이진경 작가가 자리를 함께한다.
제주큰굿은 2021년 12월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제주 최대 규모의 무속의례다. 큰 심방을 포함해 다섯 명 이상이 짧게는 이레, 길게는 보름에 걸쳐 치르며, 신을 맞아들이고(迎神) 찬양하고(娛神) 보내는(送神) 제의 형식을 온전히 갖추고 있다.
굿이 펼쳐지는 자리에는 이진경 작가의 신작 〈나는 그 초록인가〉(2026)가 놓여 있다. 도립미술관 ‘추사의 견지에서 : 유배 Human’ 섹션의 시민갤러리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대정으로 유배온 추사 김정희의 글과 그림을 파고들던 작가는, 같은 대정 땅으로 유배된 정난주를 알게 됐다. 정약현의 맏딸이자 다산 정약용의 조카다. 지역 조사를 이어가던 작가는 양제해의 난, 강제검의 난, 방성칠의 난, 이재수의 난으로 이어지는 제주 민란의 역사와도 마주했다.
이 격동의 역사 속에서 작가가 찾는 것은 ‘초록’이다. 권력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억울함 속에 남겨졌으나 끝내 꺾이지 않은 초록이다. 작품은 바다에 흘러온 나무에 먹으로 그린 초록, 한지·캔버스 회화, 제주 바다의 소리와 풀벌레·빗소리, 시장통의 삶의 소리, 제주 민요와 노동요가 한데 어우러진 사운드로 이뤄진 가변 설치다.
유배와 상흔, 침묵과 억울함의 역사를 다시 불러내면서도 비극의 서사로 재현하지 않는다. 척박한 환경과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도 엄연히 존재해온 초록을 발견하고, 거기서 공평한 세상을 꿈꿀 수 있다는 희망을 길어 올린다. ‘다시 살으라’는 그 초록을 향해 건네는 말이다.
이어 18일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원도심 예술공간 이아(제주시 중앙로14길 21)에서는 아티스트 토크 ‘작가와의 대화 Ⅱ’가 열린다.
‘작가와의 대화’는 개막 다음 날이자 전시 첫날인 8월 25일 첫 자리를 열었다. 당시 이병희 총괄 큐레이터의 진행으로 원도심 세 전시공간을 옮겨 다니며 제주아트플랫폼의 자나 카디로바·안정주 작가, 예술공간 이아의 김상돈 작가, 갤러리레미콘의 김희은·구기정 작가가 관람객과 만났다.
두 번째 자리에는 원도심에서 펼쳐지는 ‘큰 할망의 배꼽 : 신화 Deities’ 섹션의 참여작가 곽윤주, 김영화, 손유진이 함께하며 라운드테이블 방식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세 작가의 작업은 모두 굿과 맞닿아 있다. 곽윤주는 제주의 심방과 굿을 수년간 기록해왔고, 김영화는 나무 앞에 비념을 올린다. 손유진은 심방이 굿에서 구연하는 열두본풀이의 첫머리인 천지왕본풀이를 화폭에 옮겼다. 곽윤주의 이번 프로젝트는 ‘검으나 돌은 구르고 굴러: 돌문화 Stone’섹션에 참여한 김정헌 작가와 함께 네덜란드 몬드리안 재단(Mondriaan Fonds)의 지원을 받았다.
프로그램 참가는 구글 폼을 통해 사전 신청을 받으며, 18(금) 아티스트 토크는 당일 현장 등록도 가능하다. 참가비는 모두 무료이다. 단, 17일 초감제의 경우 전시 관람과 별도로 진행되며, 도립미술관 전시 관람을 원하는 경우 입장권을 구매해야 한다. 자세한 내용은 제주비엔날레 누리집과 공식 누리소통망(SNS)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종후 제주도립미술관장 겸 예술감독은 “굿은 제주 사람들이 오랜 세월 세상을 견디며 다시 살아갈 힘을 청해 온 방식이고, 작가의 이야기는 그 힘이 지금 어떤 모습으로 변용되고 있는지를 들려준다”며 “전시장이 의례의 자리이자 대화의 자리가 되는 이틀에 많은 분이 함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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